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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책 리뷰] 나는 매일 시체를 보러간다

by 타이요서울 2023. 10. 14.

북 큐레이션 코너에 진열된 빨간색에 가까운 선홍색 책 표지와 함께 시선을 잡아끄는 제목,

이상하고 무서운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과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하지만 북 큐레이션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을 알고 있었기에 과감하게 책을 펼쳤다.

역시나 무섭지도 이상하지도 않은 이야기였다.

 

이 책은 법의학자의 시선으로 본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법의학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니

병사가 아닌 자살과 타살 사고사로 인한 시체를 부검하는 내용이 주를 이룰 것 같지만

실제로는 위와 같은 이야기가 주를 이루진 않는다. 

 

삶을 원하거든 죽음을 준비하라! 

죽음이란 단어가 주는 느낌은 긍정적인 느낌보다는 부정적인 느낌이 강하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개 자신의 시야에서 멀리 두고 잊고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하기 싫은 중요한 일을 하지 않고 미루면 나중에 더 큰 스노볼이 되어 우리를 괴롭히는 것처럼

죽음 또한 준비 없이 맞이한다면 우리가 생각한 엔딩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죽음을 가까이 이해하고 준비하려 할수록 역설적으로 앞으로의 남은 삶은 더 행복해진다. 

내 인생을 내가 끝내야 하는데, 인생의 결정권이 생판 모르는 의사나 가족에 의해 행사되고 있다.
본인의 여러 가지 일들, 자식들에게 남기는 당부의 말이라든지 삶의 정리라는 것을 할 수 있는데 그럴 수 없는 것이다.

- 나는 매일 시체를 보러 간다, 유성호 

 

 

존엄한 죽음이란 무엇일까?

죽어야 만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자기 자신을 소개하던 저자는 법의학자로서 마주해야 했던

수많은 시체들과 죽음의 기록들(수사 기록 및 진료 기록 등)을 통해 한 사람의 죽음뿐 아니라 인생을 들여다 봄으로써

얻은 인사이트를 좋은 죽음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답변으로 풀어내었다. 

 

나 역시 부검할 때 자살자와 사망 원인이 불명했던 경우가 굉장히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이와 관련해 많은 사람들이 자살자를 왜 부검하는지 궁금해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보다 타살의 의혹이 없는지
정확히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나는 월요일마다 죽은 자들을 만나러 간다. 안타깝게도 그들에게 나는
죽어야 만날 수 있는 사람이다.

- 나는 매일 시체를 보러 간다, 유성호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있다. 

 

대략적으로 1부에서는 법의학에 대한 이야기 2,3부에서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또한 이 책에는 자연사와 병사와, 심폐기능중지설과 뇌사설, 연명의료와 법의학에 대한 개념들을 포함한

여러 의학적인 지식들도 얻을 수 있다. 

 

다소 무겁고 어려울 수도 있는 주제였지만, 워낙 친절하고 쉽게 설명되어 있어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책이었다.

인문학적 소양을 쌓고 싶은 분들,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갖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